친환경 음식이 왜 면역력에 더 좋은가
 


 

잎채소와 뿌리채소, 과일에 있는 비타민과 무기질, 식이섬유 등 미량영양소는 항산화작용과 항바이러스, 장(腸)내 유익균 증식에 도움이 된다. 면역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소비자들이 평소보다 채소, 과일, 통곡물 등을 많이 찾는다. 그 중에서도 유독 무농약, 유기농과 같은 친환경 농산물의 선호가 급증하고 있다.

면역력을 생각한 소비자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아 숨 쉬는 땅에서 자란 유기농, 무농약 농산물에는 우리의 면역력을 높이는 특별함이 있다.

 

유기물, 미생물 풍부한 토양에서 자란 농산물, 영양성분도 높아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먹을거리는 흙에서 생산된다. 농작물은 흙에 뿌리를 뻗고 그 속에 있는 양분과 물을 흡수한 후 햇볕을 받고 공기를 마시며 자란다.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뿌리 내리기 쉽고 충분한 양분과 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건강한 토양이 필요하다. 흙 속에서는 많은 물리·화학적 현상들이 일어나고 식물은 이동성이 없는 만큼 각종 미생물과 해충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자기방어 물질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토양에 농약을 사용하면 각종 병충해와 함께 미생물이 죽게 되고 식물의 자기방어 기능이 약해지면서 유익한 물질의 생성 또한 줄어든다.

 

 


 

KBS는 지난 10년간 농약과 비료를 전혀 쓰지 않은 유기농 논의 토양을 채취해 흙의 성분과 상태를 검사 의뢰했다. 그 결과 식물의 영양분이 될 수 있는 유기물은 유기농 논이 일반 논에 비해 1.6배, 토양 미생물 밀도도 1.2~1.9배가량 높았다. 유기농 토양 내 풍부한 미생물이 더 많은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효과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1)

 


 

건강한 땅에서 자란 친환경농산물은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유기농업협회는 유기농 식품이 일반식품보다 비타민, 미네랄, 효소 등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소가 60%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유기농 딸기는 일반 딸기보다 더 많은 비타민C가 함유돼 있고,2)  총 페놀(폴리페놀 등)과 섬유질 함량이 높아 항산화와 심혈관질환에 도움이 된다.3)  유기농 토마토도 기존 토마토보다 평균 비타민C 함량이 50% 높았으며 총 페놀 함량은 139% 높았다.4)

 

영양 풍부한 친환경 농산물, 면역에 중요한 장 건강에 더욱 도움

 

분당서울대병원은 친환경농산물 섭취에 따른 장내 미생물 조성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기농, 무농약, 무항생제로 구성된 친환경식재료 도시락을 피실험자가 2주 간 섭취한 결과, 장내 미생물 중 대장의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유익균 프레보텔라는 8.8%에서 11.4%로 증가했고,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돕는 유산균 비피도박테리움의 분비물 양이 5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장내 유해균의 비율은 대폭 감소했다. 전립선염의 원인균이기도 한 유해균 엔테로코코스의 점유율은 친환경농산물 섭취 전 1.4%에 달했지만 섭취 후에는 0.1%로 대폭 떨어졌다. 또한 설문에서는 복부 불만감과 팽만감 등의 장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률이 높았다.5)

 

 

면역력과 관련이 높다고 알려진 미량영양소 중에는 비타민 A, D, E, C, B6, B12, 셀레늄, 아연 등이 있다. 친환경농산물은 이런 비타민, 무기질 외에도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인체의 면역체계 구성에 도움을 주는 ‘파이토케미컬’(식물성 내재영양소)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농작물은 살충제와 화학비료 및 제초제 등의 농자재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일반 농작물에 비해 더 많은 파이토케미컬을 생성해낸다.6) 이 파이토케미컬이 우리 몸 속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조절한다는 연구가 있다. 파이토케미컬의 일종인 폴리페놀은 유익한 박테리아의 성장을 강화하고 병원균의 성장을 억제해 유산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낸다.7)

면역력이 중요한 시기, 친환경 농산물이 각광받는 이유는 이러한 미량영양소와 파이토케미컬의 풍부함에 있다. 면역체계 70~80%를 담당하는 장 건강에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은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은 장점막을 통해 흡수된다. 장점막은 좋은 미생물을 보호하고 길러내며 1차적인 방어 기능을 담당하는데 이 과정에서 면역체계가 강화된다. 건강을 좌우하는 장내 미생물은 어떤 음식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증가하기도, 때로는 감소하기도 한다. 

 

장내 유익균 활동을 위해 유해균 감소 노력도 필요

 

육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축산물은 면역 항체를 형성하는 영양성분, 바이러스 대항 기능을 향상시키는 셀레늄 등이 있어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항생제 사료로 키운 동물의 내장 속에는 항생제 내성균이 남아 축산물을 섭취한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무항생제 축산은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주는 동물의 내성균을 피할 수 있어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 

 


 

장내 미생물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유산균 음료가 오히려 유해균을 증가시키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액상과당(기타과당*)‘과 같은  8)단순당은 장내 유해균을 늘릴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망가뜨리고 혈관을 손상시킨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평소 유산균을 섭취하기 위해 요거트, 음료를 선택한다면 ‘액상과당’이 없는 식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 ‘기타과당’은 일반 식품의 성분표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액상과당’이 최근 ‘기타과당’으로 통합되어 표기되면서 소비자는 더욱 알기 어려워졌다.

 

 


<9)아이들이 주로 먹는 유산균 음료에도 액상과당(기타과당)은 사용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을 위해 화학첨가물 최소화한 식품을 고르자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독성이 강한 첨가물은 장 미생물 감소의 주 요인이 된다. 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에 많이 사용되는 합성착향료나 유화제 등과 같은 화학첨가물이 대표적이다. 유화제란 서로 다른 액체가 잘 섞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식감을 올리고 보관기간을 늘려주는 첨가물인데,  10)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Benoit Chassaing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가공식품에 사용된 유화제가 장 내 박테리아를 교란시켜 염증성 장 질환을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이 밖에도 맛이나 향,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스테아린산 마그네슘, 이산화규소 등과 같은 화학부형제(약제를 먹기 쉽게 하거나 일정한 형태를 만들기 위하여 첨가하는 물질)도 장기간 섭취 시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고 면역력을 저하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1) KBS뉴스, 살아 숨쉬는 유기 토양…유기물 1.6배, 세균 2배, 2014.6.17
2) John P. Reganold, 2010, Fruit and Soil Quality of Organic and Conventional Strawberry Agroecosystems
3) T.R. Abu-Zahra, 2007, EFFECT OF ORGANIC AND CONVENTIONAL SYSTEMS ON FRUIT QUALITY OF STRAWBERRY (FRAGARIA × ANANASSA DUCH) GROWN UNDER PLASTIC HOUSE CONDITIONS IN THE JORDAN VALLEY
4) Aurelice B, 2013, The Impact of Organic Farming on Quality of Tomatoes Is Associated to Increased Oxidative Stress during Fruit Development
5) 농민신문, “친환경농산물, 몸에 정말 좋나?"라는 의심 해소할 실험결과 나와, 2017.12.1
6) 이데일리, 벌레 먹은 친환경농산물, “몸에 더 좋다”, 2020.2.27
7) Stefania Filosa, 2018, Polyphenols-gut microbiota interplay and brain neuromodulation
8) 헬스조선, 2018-07-02, 탄산음료, 초코바 속 액상과당, 혈관 건강 위협한다.
9) SBS, 2015-06-03, 건강 생각해 먹었는데…'당분 폭탄' 유산균 음료

10) Nature, 2015-02-25, Dietary emulsifiers impact the mouse gut microbiota promoting colitis and metabolic syndrome,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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