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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드림 이야기 2025-02-03 조회 수 : 3,435
나의 생애 첫 설산(雪山) 등반기
 
- 김아영 조합원






배낭과 등산화, 방한용품을 챙기는 손과 마음이 분주하다.
한라산부터 알프스까지 겨울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설산을 사진으로만 즐겼는데, 드디어 눈꽃 가득한 산에 직접 오르는 날이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지만 등산 초보자로서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호텔 로비에서 함께 등산할 일행과 인사를 나눈다.
나를 포함해서 처음으로 설산 등반에 도전하는 두 명과 등산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곱 명이 모였다. 다행히 올라갈 산에 여러 번 가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도 한 명 있다.
막상 출발할 때가 되니 정상 등반은 둘째치고 일행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혹시 제가 뒤처지면 그냥 두고 가셔도 됩니다. 혼자서 내려갈게요”라고 말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환한 대답이 돌아왔다. 끝까지 함께 정상에 가겠단다.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베테랑이 맨 앞으로 나선다. 등산로 옆으로 드문드문 보이던 눈의 높이가 점점 높아지더니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이 펼쳐진다. 그때 베테랑이 뒤로 물러나면서 초보자 일행에게 선두를 내어 준다. 속도가 조금 늦어지면서 맨 뒷자리를 지키던 나에게도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온통 눈뿐인 풍경에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눈의 높이가 허벅지에 이를 때쯤 다시 선두가 바뀐다. 그동안 힘을 비축했던 사람들이 먼저 길을 만들고 일행들이 발자국을 따라간다. 진공 상태처럼 멈춰진 듯한 시간 속에서 발소리만 들린다. 발자국을 조금 비켜 밟았다고 느낀 순간, 갑자기 몸이 쑥 아래로 내려간다. 눈이 허리 근처까지 차오르자 마치 물속으로 다이빙을 한 것 같다. 순간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앞에 가던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나를 구해주러 온다. 마음이 급했던 탓인지 넘어지면서 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나와 마주 보며 크게 웃는다. 무성영화였다면 무서운 장면일 수도 있을 텐데, 그 순간 느껴진 것은 활력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가 주는 긴장감과 처음 만나는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주는 안도감이 어우러져 뭔가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정상에서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들과 넓은 바다를 내려다본다. 순간 나에게 등산의 맛을 알게 해 준 암 환우들이 생각난다. 삶에 대한 애정으로 빛나던 환한 얼굴과 간절한 발걸음들이 떠오른다. 호텔로 돌아와 따듯한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하루를 돌아본다. 나의 생애 첫 설산 등반은 황홀했다.

참, 나에게 눈 덮인 정상을 허락해준 곳은 iN자연드림호텔 가나자와 앞에 있는 고미산(高尾山)이다. 벌써 고미산의 봄이 기대된다. 지금도 산에 오르며 희망의 빛을 만들어 가는 암 환우들과 함께 다시 이 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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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반기 오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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