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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 오래된 미래
 

한국 사회적경제 공제의 실태와 발전 방안

우리나라 국가의료보험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개인들은 이도 불안하여 민간의료보험을 적어도 하나 정도는 가입하고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2014년 기준 국민건강보험료 수입은 41조 5천억인데 반해 민간의료보험은 48조 2천억 수준으로 건강보험의 수입 규모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보험 영역이 사회보장체제 안에 있는 국가보험 아니면 보험사의 일방적 운영원리에 의해 지배되는 영리목적의 민간보험으로 양분되어 있는 시장 구조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 유럽의 경우 국가보장보험, 민간보험 외 제3의 영역인 ‘공제’가 전체 보험 시장 중 4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향숙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

 

‘공제’란 무엇일까요?

‘공제’란 18세기 영국의 자본주의 성립 과정에서 시민, 소비자,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삶을 보호하고자 자발적으로 만든 mutual-aid(상호부조)로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지식인들이 ‘공제’로 번역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용어입니다. 즉 상호부조 보험입니다.

​그렇다면 일반보험과 공제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일반보험은 보험회사에서 일방적으로 보험 상품을 개발하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상품으로 소유자는 보험회사이고 이용자는 보험을 구매한 사람들이며, ‘공제’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조합원 단위로 움직이는, 위 표에 나타난 것처럼 소유자와 이용자가 동일한 것입니다.

주주로 대변되는 소유자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사업인 것이죠.

<보험회사, 상호회사, 공제조직 비교>


우리나라에도 공제사업은 있습니다.
한국의 공제는 특별법상에 설립 근거가 있는 공제와 특별법이 아닌 「민법」 제32조에 근거한 공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2014년, 한국에서 공제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공제기관은 92개로 조사되었습니다.
공제 단체 중에서 건설공제조합, 자동차공제는 각 산업 영역에서 조합에 필요한 손해공제, 배상책임 공제를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조합(기업)공제 성격이 강하며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해서 생명, 상해, 사망 공제를 주로 취급해서 조합원(회원) 대상 공체 단체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외, 위 표처럼 새마을금고, 수협, 신용협동조합 등에서 공제사업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신뢰도는 낮은 편입니다. 한국에서 공제가 소비자 신뢰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먼저 ‘공제’라는 보험이 익숙지 않고 공제보다 영리 보험회사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보험회사의 지급률은 2017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순보험료 기준 45% 정도이다. 반면 일본 전국생협련의 대표적 상품인 현민공제는 97%의 지급률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생협법 전부개정 이후 공제사업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행정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10년 동안 진척이 없는 상황.

이처럼 한국에서는 공제사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상이 한정적이거나(교직원)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으며 시민주도, 소비자주도 공제사업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유럽이나 일본의 공제사업이 거의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공제는 사회적경제분야인 협동조합 조직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관계법의 미비로 인해 10년 동안 지지부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이프넷지원센터 김대훈 센터장

 

왜 사회적경제 공제사업이 필요할까요?

첫째, 사회적경제의 공제사업은 조합원들 간 상호부조로 법 제도의 미비로 인해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사회적경제를 기반으로 한 공제사업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공제가 필요한데 한국의 보험 시장은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의 시장입니다. 영리보험과 공보험의 빈틈을 메워줄 수 있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공제가 필요한데 이러한 공제는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가능합니다.

​셋째, 사회적경제 공제사업은 사회적경제 조직을 기반으로 한 운동으로 공제 사업도 하나의 소비자를 위한 대안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와 조합원이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영리 보험회사를 견제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넷째, 사회적경제의 공제사업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모체로 해서 조직될 것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의 기반을 견고하게 하며 사회적경제 공제사업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적경제 전체를 활성화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째, 조합원 간 상호부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만들 수 있으며 국가가 커버하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를 조합원 스스로의 힘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라군아로, 라군아로가 제공하는 보장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그들의 자금 조달 (선불금또는자본금) 방식에 따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장범위로 분류될 수 있음. 보장범위를 살펴보면 라군아로가 단독으로 보장하는 것이 있고 특별자영업자제도(RETA)와 혼합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라군 아로 홈페이지)


해외에서 공제사업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먼저 프랑스 의료공제조합(Mutuelles)은 공제조합법(Code de la mutualité)에 근거하고 있으며 자주관리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사법상의 비영리법인입니다. 의료공제조합 활동의 중심은 의료분야이며 기초의료제도로 커버되지 않는 의료비의 자기부담을 보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563개 공제조합이 존재하며 3,500만 명을 커버하고 87개의 비영리 병원, 756개의 안경센터, 477개의 치과센터, 519개의 의료 서비스(노인 요양, 가정간호) 시설 등 2,598개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협동조합 공제는 1947년 ~ 1949년에 걸쳐서 각종 협동조합 법이 제정되고 협동조합이 그 사업의 일부로, 또는 전문적으로 공제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습니다.

주요 협동조합 공제단체의 개황을 살펴보면 2017년도 회원 단체 수는 2,586단체이며, 조합원 수는 7,736만 명. 계약건수는 1억 3,825만 건이며 수입공제료는 6조 7,188억 엔, 지급공제금은 4조 2,321억 엔입니다.

공제기본법 제정으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상호부조활동 보장 요구

이처럼 공제가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유럽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면 관련 기본법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정되어 공제사업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기본법이 없습니다.
‘생협연합회가 공제사업을 할 때에서는 공제규정을 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협법 제66조 제1항에 의거한 인가주의 때문에 공정위는 관련 규정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생협의 공제사업을 인가하지 않고 있는데요.​

생협연합회가 공제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총리령을 통해 구체적 사항이 규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생협법 제 65조 제 2항에 따른 총리령이 제정되지 않음으로 해서 생협의 공제 사업이 진척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 사회적경제 조직이 공제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법 제도 개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속히 공제기본법을 제정하여 시민들의 자유로운 상호부조활동을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우려보다는 법 제도 정비로 기회를 주어야 함

물론 열악한 사회적경제조직의 공제사업에 대해 재무건전성, 리스크 관리 취약성에 대한 소관부처와 금융당국의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제사업을 영위하는 조직은 조합원과 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스스로 공제 사업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공제사업을 추진하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노하우를 쌓아 나가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제’가 리스크가 크다 라든지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규모가 작고 운영에 있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유럽이나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극복 가능한 문제라 여겨집니다. 이에 대해 소관부처, 금융당국의 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죠. 우려와 소극적인 태도보다는 공제사업의 자율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 마련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든든한 생활안전망 ‘주민협동회’ , 지역자활센터 조직원들이 2002년 상조회를 조직하여 2006년부터 공제협동조합으로 변경되었으나 법적지위는 아직 없다. 의료상호부조사업인 ‘천원의 행복’은 매년 12,000원의 기본재원을 시작으로 의료비부담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조합원의 치료와 예방,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공제, 또 하나의 사회 공공적 안전장치

이런 시국에 일본을 예로 든다는 것이 어떤가 싶지만 배울 점은 배워야겠습니다.

일본 니이가타현 소고생협은 1958년 공제생협, 1961년 소비자생협을 창립한 일본의 대표적 생활협동조합입니다.

니이가타현은 2004년 7월 대홍수가 발생했는데 소고생협 임직원들은 수해지역 조합원 집을 일일이 방문해 피해상황을 체크하고 공제 지불신청을 받았습니다. 이어 10월에 발생한 대지진(진도 7) 때도 재해지역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공제신청을 받았습니다. 이때 직접 조사방문한 곳이 3,975세대이며 약 43억 5천만 엔을 가입자세대에 지불했다고 합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숨 쉬듯 자유로운 공제사업이지만 한국에서의 공제사업은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아이쿱생협은 조합원 30만 명에 다가서고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공제사업에 있어서 가장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협동조합의 공제사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행정편의성만 강조하는 관련 부처 덕분에 공제사업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공제’의 목적은 조합원 상호 간의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한 비영리사업입니다.

협동조합에서 공제상품은 사회보장제도에서는 보장되지 않는 조합원의 구체적인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개발. 운영됩니다. 조합원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홍보와 모집에 있어 사업비가 저렴하여 민간보험료와 비교하여 저렴한 보험료에 유리한 보장이 가능합니다.

또한 위 소고생협의 사례처럼 가입자의 최대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모든 절차가 간소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미 기존의 유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기때문에 더 많은 편익제공이 가능합니다.

결국 ‘공제’의 가장 큰 목적은 보험의 주도권을 이용자인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사회보장보험의 발달과 함께 공제의 필요가 줄어들고 있다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사회보장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민간보험의 높은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분야가 존재합니다.
이런 경우 사회적경제조직을 통한 공제사업이 또 하나의 사회공공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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