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호 생산자님의
배 과수원을 다녀와서
임혜은
경인드림인아이쿱 조합원
지난 27일, 함께웰라이프 라이브방송 두 번째 산지 답사로 김근호 생산자님의 배 과수원을 다녀왔다. 과수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빵빵한 종이봉지를 보며, 한창 바쁜 시기에 찾아와 민폐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자마자 생산자님은 자연드림 사이다에 온갖 배를 꺼내 와 먹어보라며 함박웃음으로 우리를 맞아 주셨다.
김근호 생산자님은 이십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2000년 수도권 물류센터 화재 이후부터 우리와 함께해 왔노라 이야기의 운을 떼었다. 그동안 아이쿱은 수많은 위기를 기회와 혁신의 계기로 만들어 30만 명에 이르는 조합원과 연간 수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외 우수 사례로 손꼽히는 견실한 협동조합이 되었다. 김근호 생산자는 ‘아이쿱의 에디슨’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자연드림 유기농 농법의 발전에 헌신적으로 기여해온 아이쿱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여러 사정상 과수원을 옮기기 위해 십여 년 전부터 땅을 보러 다녔어요. 좋은 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 맘에 드는 땅이 있으면 꼭 누가 사고 난 직후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수표로 1억 원을 넣고 다녔어요. 어느 날, 부여에 좋은 땅이 있다기에 가서 보고 바로 계약했죠.”
그곳이 바로 이 과수원이다. 환경영향평가 받는 데 3년, 다시 흙을 다지고 좋은 토대를 만드는 데 몇 년, 천안서 키운 묘목을 심고 가꾸는 데 또 몇 년. 올해가 돼서야 처음으로 수확해 볼만한 열매가 맺혔다.
“군산항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 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아 한겨울 냉이 캐기 체험도 가능한 곳입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항암배 수확 행사를 진행했을 때, 천 명 정도 왔으면 했는데 350명 왔더라고요. 그것도 감사하지요.”
날짜를 되짚어보니 함께웰라이프 박람회와 겹친 일정이었다. 수도권 조합원들이 못 와서 아쉬웠다는 생산자님의 말을 들으니 찡, 하고 가슴이 아려왔다.
“요즘 아이쿱 상황을 보면 안타깝죠.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너무 멀리 와버린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조합원들과 함께했던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20분 거리라, 나중에 조합원들이 버스 대절해서 견학 올 것도 생각해서 주차장 자리까지 흙을 다져 넣었는데...”
김근호 생산자님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이 간 활동가들도 소리 없이 눈물을 훔쳤다.
코로나 이후 소비 패턴의 변화로 매출이 떨어지자 변화된 정책에 따라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 생긴 사업과 제도를 조합원들에게 알리느라 동분서주했을 때, 생산자들의 여건은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 사이 매출은 더 떨어지고, 매장 물품은 줄고, 조합원의 불만은 높아가고... 이는 거대한 악순환이 되어 작금의 상황까지 오고야 말았다. 도대체,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년에 작물이 조금 열렸는데 새가 거의 다 먹었어요. 그래서 올해 대대적으로 새막이 방조망 설치 작업을 하다가 떨어져서 갈비뼈와 척추에 금이 갔어요. 겨우 몸을 추슬러 올해 첫 수확을 앞두고 있지요. 9월 중순부터는 벌레 피해가 심해져 초순까지는 다 따야 하니 온 가족을 불렀어요.”
“그날 우리 활동가들도 와도 돼요?”
생산자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말을 이었다.
“생산자님만 괜찮다면 우리도 와서 돕고 싶어요.”
즉석에서 우리는 ‘일’을 벌였다. 몇 명이나 올지, 점심은 어떻게 할지, 작업용 장갑은 어디서 구할지 갑자기 활동가들의 ‘입’이 바빠졌다. 그렇게 <김근호 생산자님 농장 일손 돕기> 기획은 시작되었다.
김근호 생산자님의 과수원에는 배나무 말고도 각종 풀이 함께 산다. 허리 높이만큼 자란 것도 있었다. 풀 이삭이 날 때까지 뒀다가 베어 깔아두면 볏짚이 분해되듯 나무에 이로운 거름이 된다고 한다. 과수들은 꽃이 피고 60일 동안은 정말 매 시간 들여다보고 정성껏 돌봐야 한다. 그 이후부터는 그저 지켜보면 된단다. 마치 자식 키우는 것과 같지 않은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생각에 내 키보다 높이 자란 배나무가 그저 식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작물과의 약속’이라고 했다. 작물은 시간 싸움이라, 작물이 필요한 것을 적절한 시점에 제때 제공해야 수확의 결실을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지난 생산자 워크숍에 가서도 일정을 못 채우고 전날 마지막 비행기로 돌아와 새벽 2시까지 작물을 손봤다고 한다.
조합원들에게 맛난 배를 선보이기 위해 신품종을 들여오고, 과수원 묘목에 접붙이며 끊임없이 실험을 이어온 생산자님. 어떤 작물은 안 돼서 접고, 어떤 작물은 아들과 손자로 이어 대대로 품종을 개발하고 싶다는 김근호 생산자님의 ‘에디슨’다운 포부는 과수원 하늘 위로 푸르게 펼쳐져 있었다.
신화, 슈퍼골드, 설원, 그린시스. 네 가지 품종별로 배를 따와 거실에 놓고 각기 다른 맛과 식감에 우리는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부엌 싱크대에 배 껍질을 버리려고 보니, 개수대에 점심 그릇이 놓여 있었다. 플라스틱 반찬통에 밥 한술 뜨고 우리를 기다렸을 김근호 생산자님. 달랑 놓인 국그릇이 마치 홀로 계시는 친정아버지의 뒷모습 같아 조용히 설거지를 해두었다.
하지만 그 고요는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다시 만날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 일손 돕기로 다시 찾는 부여행, 그 길엔 달달한 배와 땀과 웃음이 함께하길 바란다.
자연드림 지킴이 특별출자
기간은 2026년 9월 2일(수) ~ 9월 14일(월)까지이며, 본 출자는 소속 조합 특별 출자이며, 생산자와 매장운영의 안정을 위해 소중히 사용됩니다.
농산물에 생산자 이름에 아는 이름이 보이면 어찌나 반갑던지요. 올해도 귀한 아이들 보내주셨네,, 하고요. 단순히 물품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가 이어져있는 연대의 협동조합이라 그런거겠죠? 배를 보면 김근호 생산자님의 미소가 생각나겠어요~ 올해도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