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게처럼 느껴졌던 매장,
그리고 협동의 힘
임은하
대전충청인아이쿱 이사장
정확한 연도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었으니 아마 2009년이나 2010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둔산점 매장이 막 생겼을 때였습니다. 추석 명절 끝자락, 우리 집에 놀러 온 동생네 가족과 저녁을 먹기 위해 장을 보러 둔산점에 갔습니다. 우리 집에서 15~20분 정도 거리였는데, 명절 끝자락이라 차가 많이 막혔는지 돌아오는 길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걸렸습니다.
동생은 투덜거렸습니다. “자연드림에 뭐 엄청난 게 있다고 여기까지 장을 보러 와?” 그 말에 괜히 마음이 상했습니다. 매장에서 직접 장을 보고 싶기는 했지만, 뚜벅이로서는 오고 가는 거리와 시간이 만만치 않아 그 뒤로는 온라인 주문을 주로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동네에 자연드림 매장이 생길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매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이 부족하고, 조합원들의 출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다 알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우리 동네에 매장이 필요하고, 그 매장을 만들기 위해 돈이 필요하구나.” 그래서 쌈짓돈을 털어 작은 출자금을 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매장 한쪽에는 출자한 조합원들의 이름이 명패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제 이름을 발견하고 혼자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서대전 매장에 들어설 때마다 마치 ‘우리 가게’에 온 것처럼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저는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협동’이라는 말의 의미를 머리로 배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있었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조금씩 힘을 보탰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보탠 힘으로 실제로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고 상상했던 일이 하나씩 현실이 되는 것. 그것이 제가 처음 경험한 협동의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도 수많은 순간에 협동의 힘을 만났습니다. 우유를 생산하던 목장의 소들이 광우병으로 사라졌을 때, 조합원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다시 소들이 목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탰던 일도 기억합니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힘을 보태고, 또 다른 누군가가 함께 힘을 보태면서 결국 해결의 길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큰 문제든 작은 문제든 우리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조합원들의 협동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발휘되었습니다. 요즘 우리는 세상에서 신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합니다. 사람을 믿기 어렵고, 함께하는 것보다 각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해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오랫동안 살아오며 조금 다른 세상을 보았습니다.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아도 자신의 쌈짓돈을 내어놓는 사람, 누군가의 어려움에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하는 사람들. 그렇게 이름 없이, 소리 없이 힘을 보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신뢰들이 모여 매장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던 목장의 소들이 다시 돌아오고, 흙먼지 가득했던 자연드림 파크에 조합원 휴양시설들이 들어서고,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었습니다.
아마 협동조합의 힘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에게 이것이 필요해.” “그렇다면 우리가 한번 만들어 보자.” 이렇게 서로를 믿고 한 걸음씩 내딛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이제 세월이 흘러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협동조합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그때 서대전 매장에 들어서며 느꼈던 뿌듯함과 기쁨이 남아 있습니다. 내가 보탠 작은 힘이 누군가의 힘과 만나고, 그 힘들이 모여 우리가 꿈꾸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경험. 그것이 제가 협동조합을 믿는 이유입니다.
혼자서는 상상으로 끝났을 일도 우리가 함께하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저는 지금도 믿습니다.
세상에 신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뿐, 여전히 곳곳에서 서로를 믿고 조용히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 사람들이 손을 잡을 때, 협동은 힘이 되고, 그 힘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갑니다.
저는 그 협동의 힘을 지금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연드림 지킴이 특별출자
기간은 2026년 9월 2일(수) ~ 9월 9일(수) 7일간이며, 본 출자는 소속 조합 특별 출자이며, 생산자와 매장운영의 안정을 위해 소중히 사용됩니다.
가장 먼저, 새롭게 시작하는 특별출자의 첫 번째로 참여해 주신,
고(故) 신복수 전 아이쿱생협연합회 회장님 가족의
특별출자 참여 메시지를 공유합니다.
박윤배 님이 보내주신 글
전 아이쿱생협이사장 신복수의 현 남편 박윤배입니다.
특별출자 1억 원을 내겠습니다.
출자자 박윤배는 거기에 더 보탤 말이 없습니다.
단지
신복수 가족이 내는 1억 원은,
조합원 여러분께 생협을 사랑하는,
지금은 없는 그의 맘으로 잘 전달될 거라 믿습니다.